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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가을, 그리고 소멸하는 것에 관한 단상

by 미쿡스트릿맨 2023.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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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른 아침 집을 나가자 부쩍 쌀쌀한 바람이 볼을 스쳤다. 발그레한 얼굴로 손바닥을 호,하고 불면 허연 입김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버스를 타러가는 길목엔 은행잎이 바닥을 덮고 있고, 허공엔 두어개의 낙엽이 천천히 내려온다. 앙상한 뼈를 드러낸 나무엔 아스라히 하강을 준비하는 마른 잎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매번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늘 새롭게 다가온다. 네 번의 계절과 반복. 어쩌면 그것이 일방으로 흐르는 개인의 삶과는 다른 모습 때문일지도. 소멸을 향해 가는 존재가 거대한 자연의 법칙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린 너무나 모르고 산다. 마치 네번의 계절이 반복되는 것처럼,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처럼 무한하다는 착각을 하며 산다. 아니, 소멸하는 짧은 인생인 줄 알면서도 영원할 것처럼 산다.

그렇게 살다보니, 우린 어떻게 인생을 의미있게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부를 축적할까, 권력이나 명예를 가질까를 고민한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지적 능력이 있는 하루살이가 일확천금을 누리기 위해 하루종일 도박에 빠져있다고 상상한다면, 사실 하루살이에게 도박으로 큰 돈을 얻든 잃든 의미가 없다. 제한된 시간에 구속되는 존재익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자산이다. 부든 명예든 권력이든 시간 위에서 성립한다. 시간은 이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마치 인간이 숨 쉬는 공기처럼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시간을 가치없게 쓴다.

가을은 나에게 속삭인다. 너는 소멸해가는 존재이니, 남은 시간을 무엇을 위해 쓸 지 고민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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